교과부-전북교육청 갈등, 갈수록 태산…교육계 '한숨'
교육과학기술부와 전북교육청 간의 갈등이 고발 사태로 비화되면서 교육 수혜자들의 혼란과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교육계 일부에서는 올 상반기 특별교부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것과 최근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꼴찌로 평가돼 상대적으로 특교금을 적게 받을 처지에 놓인 것 등도 모두 교과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상당하다.
교과부는 지난 21일 직무이행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이 지난 2월 제출한 교원평가 시행계획에 대해 '교원 등 연수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령을 위반했다며 수차례 수정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고, 지난달에는 직무이행명령까지 내렸지만 김 교육감은 오히려 이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하는 등 번번이 마찰을 빚어왔다.
▲김 교육감 취임 후 사사건건 마찰
사실 김 교육감 취임 후 전북교육청이 교과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취임 하자마자 자율형 사립고 지정 고시를 취소해 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 상당 기간 일선 학교에 혼란을 가져왔다. 이 문제는 올 1월 법원이 전북교육청의 항소를 기각하고, 김 교육감도 더 이상의 법정 투쟁을 포기해 결국 교과부와 학교 측의 승리로 돌아갔다.
학업수준성취도평가에 대한 일선 학교의 출결 권한을 놓고도 매번 마찰을 빚어 왔다. 최근에는 교과부의 보고안 대신 자체 안을 만들어 시험 대신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수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매우 심한 감정싸움까지 벌였다.
교원평가에서도 사실상 교과부의 계획을 거부하는 내용을 만들어 적지 않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이 내용은 교과부의 고발로 이어지는 핵심 내용이 됐다.
▲교과부 제재 조치에 전북 교육계 '피멍'
이처럼 교과부의 주요 정책에 전북교육청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반기를 들자, 정부는 사실상의 제재 조치로 맞서고 있다.
문제는 교과부의 제재로 인해 전북교육 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관계 공무원들 까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는 올 상반기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전북을 제외한 15개 교육청에 특별교부금 2711억9500만원을 지원했다.
전북교육청은 각종 교육 현안사업에 필요한 특별교부금 23건(241억7500만 원)을 신청했지만,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교과부는 전북과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본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의 직접적 제재 조치로 전북교육청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례적인 감사도 이어졌다. 감사원은 지난달 7일부터 30일까지 학교시설분야에 대한 집중감사를 벌였다. 교과부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13일부터 한 달여 동안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자료 요구 기간을 합치면 사실상 상반기 내내 감사를 벌이는 셈으로 괘씸죄를 묻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전북교육청 "끝까지 우리 식대로", 교육계 "어쩌려고 이러나"
전북교육청은 교과부의 검찰 고발에 대해 "법과 원칙을 지켜야할 교과부가 비슷한 내용의 재판에서 패소한 사례가 있음에도 행정력 낭비를 하고 있다"며 "교과부는 교원평가의 난항이 자신들의 법령 미비라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고, 지방교육자치를 탄압하려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이번 고발에 대해 다각적 검토를 통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검찰도 지방교육자치를 훼손하려는 교과부의 의도를 알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진보단체들도 "교과부가 추진하는 교원평가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편법"이라며 "위법을 하지 않는다고 고발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교육청 편에서 교과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일반 학부모와 교육공무원 등은 적지 않은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교육장 출신 A씨는 "40여 년 동안 교육계에서 일했지만 최근 1년 여 동안의 혼란은 내가 겪었던 중 최고다. 다른 행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겠지만, 특히 교육은 대결과 대립 보다는 화합과 소통이 중요한데 최근의 전북교육청은 후자 쪽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며 걱정했다.
전주 B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까' 걱정이 많이 된다"며 "두 기관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앞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교과부가 왜 전북교육감을 고발까지 하게 됐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소통 부족이 이같은 문제 발생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전북교육감은 본인의 소신도 중요하겠지만, 그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