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이 집행부에 질문도 못하나
오은미 의원 긴급현안질문 신청에 찬반표결…결국 부결돼
작성 : 전북일보 김원용(kimwy@jjan.kr)
강= 강한의회 표방하더니
한= 한심한 의회 자처하네
의=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하나
회= 회초리가 약이라네
민노당 오은미 도의원(순창)이 20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9대 도의회가 표방한 '강한의회'를 비아냥거린 4행시다. 한국토지공사(LH공사) 분산배치를 위해 집행된 예산내역 관련 자신의 긴급현안질문 신청이 도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수용되지 않은 데 대해 질타한 것이다.
오 의원의 집행부에 대한 긴급현안질문 여부를 놓고 이날 도의회 본회의에서 의원들간 30여분에 걸쳐 찬반 토론이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오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향해 거칠게 맹공을 퍼부었다. "질문 내용은 의원이 판단하고 평가는 도민들이 한다. 의원과 도민의 역할을 (의회가) 자의적·주관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격이다" "전북의 정치역사가 중앙정치의 변동과는 상관없이 일당독점으로 일관해오면서 집행부와 의회의 울타리 구분이 없이 잘 지내온 게 사실이다" "감시와 견제, 비판으로 제 역할을 하는 동료 의원에게 적당히 하라며 그것도 모자라 의회가 의원을 감시 견제 비판하는 꼴이다" "의원의 입을 막는 것은 도민의 알권리를 막는 것이다"
오 의원과 뜻을 같이 한 9명의 동료 의원들이 '긴급현안질문 채택'이라는 의안발의에 서명을 하면서 의안으로 성립돼(전체 의원 1/5 서명 필요) 본격적인 찬반 토론이 벌어졌다.
운영위원회 간사인 이성일 의원(군산)과 김택성 의원(임실)이 반대론을 폈다. 이 의원은 "도정질문이 있을 때는 긴급현안질문을 하지 않는 게 관례며, 이 제도가 있는 다른 4개 시도의 경우도 급박한 사안 등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택성 의원은 "LH로 초상집분위기인 상황에서 추후대책을 세워야 할 때에 잘잘못을 가리는 것은 맞지 않다"며, LH관련 내용은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느냐고 반대 논리를 폈다.
반면 김광수 의원(전주)은 "의원의 자료제출요구권은 존중돼야 하며, 집행부가 여러 이유로 자료제출을 해태하는 것은 의회를 경시하는 것이다"고 찬성론쪽에 섰다. 민노당 이현주 의원(비례대표)도 긴급현안질문의 취지나 절차, 의원발언권 등에 비춰 발언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같은 당 소속의 오 의원을 두둔했다.
찬반투표 결과 재석 의원 39명중 반대 24표(찬성13표, 기권 2표)로 오 의원의 긴급현안질문 신청은 부결됐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의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그 범위 내에서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의원의 발언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점에서 오 의원의 발언 신청이 의회 운영에 어떤 걸림돌이 되는지, 다른 긴급현안질문과의 형평성이나 당사자가 긴급현안질문을 남용하는지 등의 여부를 기준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 의원의 긴급현안질문을 둘러싼 이날 격론은 지역현안인 LH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오 의원의 그동안 동료들과의 관계 등 의회 외적 부분이 작동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의회 안팎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