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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리즈④김효순 교장의 피터 농장과 몰케라이슐제, 그리고 치즈재료 백화점 코널핀겐

임순남뉴스 기자 입력 2010.12.10 21:12 수정 2010.12.10 09:12

2010 임실고 스위스 치즈캠프 보고서

2010 임실고 스위스 치즈캠프 보고서

시리즈④김효순 교장의 피터 농장과 몰케라이슐제, 그리고 치즈재료 백화점 코널핀겐

작지만 강한 전형적인 스위스 농부의 대표, 피터씨 일가와 농장

글로벌 시대에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직도 한국 사람이 외국에 나갔을 때 쉽게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일본 사람이냐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아시아에 있고 생김새가 비슷해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구분하기 힘들 법도 하다.

이것은 우리가 서양인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외양으로 봐서 독일인과 스위스인을 구분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번 스위스 캠프기간에도 이 문제는 역시 어려운 문제였다. 이번 스위스 치즈 캠프의 내용과 전체 일정을 짜고 직접 안내까지 맡아준 임실치즈마을의 김상철 사장님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스위스 사람들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 키가 작은 편이고, 얼굴이 더 희고 붉은 빛이 도는 편이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참고로 김상철 사장은 한국과 스위스 교회 교류 프로그램 중 농업분야에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1년간 스위스에서 유학을 하면서 소를 키우는 목축일을 하면서 치즈 유가공 학교를 다녔고, 지난번 시리즈에서 언급한 카타하우스 수도원 치즈공장에서 3개월간 직접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고 한다.

그 후로 임실 치즈마을에 정착하여 오늘날 임실치즈마을이 있게 된 주역의 한 사람으로 우리 학교의 치즈과 교육과정 운영에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우리가 찾아간 피터씨네 농장은 김상철 사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하는 동안 직접 소를 키우면서 우유를 짜고 목축 일을 했던 바로 그 농장이었다.)

피터씨 농장은 스위스의 중북부 지방에 있는 프라이브르그시 외곽지역에 있는 전형적인 스위스 농가였다. 피터씨는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농장일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고 막내 아들 마르틴이 아버지의 농장을 이어 받아 소 60마리와 돼지 70마리를 키우고, 약 30헥타르의 농지(우리나라 논으로 하면 약 450마지기)에 옥수수와 사탕무우 농사를 짓고 있었다.

모든 목축일과 농지 경작일은 기계화되어 있어서 크고 작은 농기계와 기구를 놓은 대형 창고가 3동이나 있었다. 스위스 농촌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이농현상이 심하고 소규모 가족 농장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직불제의 정착으로 상당부분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고 있어서 생활에는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더구나 마르틴은 농업 마이스터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직접 자신의 농장에서 실습생을 지도할 수 있고, 그로인해 약간의 수입이 들어온다고 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여자 실습생이 한명이 농장 일을 하고 있었다. 힘든 일을 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낙농업에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듯해서 우리나라 농촌 현실과 많은 비교가 되었다.

우리는 그날 피터씨 할머니께서 직접 구워주시는 바베큐와 쏘세지, 샐러드에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멀리는 알프스 산맥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고 가까이에는 넓은 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떼를 바라보며 농장 옆에 따로 지어진 오두막 파티에 초대받은 셈이었다. 더없이 청명하고 푸른 하늘과 빨간 단호박, 노란 해바라기꽃, 주황색 티슈로 장식된 하얀 나무 식탁에서 인자하신 스위스 할머니께서 준비해주신 점심은 유명한 도심 레스토랑의 값비싼 요리보다 훨씬 더 운치있고 맛이 있었다. 더구나 우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쌀밥과 화덕에서 직접 구워내주는 스테이크는 일품이었다. 우리 학생들도 모처럼 시골 농장에서 맛보는 점심이 비록 며칠이었지만 스위스에서 머물면서 생겼던 긴장을 풀어주기에 충분했었나보다. 학생들은 너무 편안하게 즐거워하면서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고난 후 마르틴씨의 어린 아이들과 장난치면서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젊은 농부 마르틴에게는 3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12살 난 큰아들 크리스토퍼는 농장 안내를 해주는 아빠를 따라 다니면서 농기계도 작동해주고, 자신이 키우는 토끼와 염소도 보여주고 사탕무우를 직접 뽑아다가 우리에게 맛보게 하는 등 양 볼이 빨개질 정도로 수줍은 듯하면서도 이리저리 신바람나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오래동안 기억에 남는다. 또 우리 학생들도 10살난 둘째 아들과 막내 꼬마와 축구를 하면서 서로 언어가 안 통해도 눈빛만으로도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듯 했다. 아마도 사람 사는 곳은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마찬가지이고, 중요한 것은 그 나라를 이해하고 온정을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그래서 지구촌 한 가족 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으리라 믿는다.

↑↑ 피터씨 농장방문
ⓒ 주식회사 임실뉴스
<피터씨 농장 방문>
↑↑ 피터씨 막내아들이자 농장주인 젊은농부 마르틴
ⓒ 주식회사 임실뉴스
<피터씨 막내아들이자 농장주인 젊은 농부 마르틴>

스위스 직업교육의 꽃, 치즈 마이스터를 길러내는 몰케라이슐제

페스탈로찌 하면 존경받는 교육자, 스승의 대명사로 불리워진다. 스위스는 페스탈로찌의 나라로 우리나라처럼 자원 빈국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ERT(Education, Research and Technology), 즉 교육, 연구, 기술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교육에 있어서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교육제도를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스위스 학생은 공립학교에 다니며, 공립학교로서 유치원(Kinderkarten, 킨더가르텐)과 초중등학교(Volksschule, 포크슐레), 고등학교(Gymnasium,김나지움)와 직업학교(Berfslehre 베르푸슐레), 대학교가 있다. 국가에서는 초등학교 6년과 중등학교 3년, 총 9년을 의무교육으로 지원하고 있다. 초중등학교를 졸업하면 김나지움과 베르푸슐레로 나뉘어 진학한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김나지움은 대학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인 셈이고, 베르푸슐레는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계 고등학교에 해당된다. 스위스에서는 전체 학생 중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20% 정도이고, 50%는 베르푸슐레를 선택하여 직업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나머지는 김나지움을 졸업하고 있다.

흔히 스위스는 과학기술 강국이자, 낙농업의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면에는 이러한 직업교육이 잘되어 있으며 직업교육은 스위스 기술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직업학교에 대한 인식이 좋으며, 졸업생은 직장에서 높은 보수와 대우를 받는다. 이러한 좋은 여건을 바탕으로 산업의 각 분야에서 마이스터가 길러지고 있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바로 치즈 마이스터를 포함해서 낙농업과 관련된 각종 유가공 마이스터를 길러내는 유가공학교 (Berufsbildungszentrum Natur und Ernahrung Milchwirtschaft)였다. 루체른주의 슈르세 시에 있는 그 학교는 유가공 전공 교사 7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학생은 일반 학부과정 22명, 인턴쉽 과정 17명, 마이스터 과정 15명으로 총 64명이 다니고 있었다. 여기서 마이스터 과정은 사회에서 직업을 가진 일반인이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주1회 학교에 출석하여 교육을 받는 형태였다.

지상2층, 지하1층으로 된 유가공 학습실은 각 실의 기능에 따라 위생청결도 등급을 3등급 즉 블루, 그린, 레드로 구분하여 철저하게 유지 관리되고 있었다. 주로 1층은 생우유 처리와 관련된 치즈를 포함한 요구르트나 우유 가공식품 제조에 필요한 모든 실습 기자재와 실습실, 현대식 기계 설비가 있었고, 2층은 유산균을 배양하고 실험하는 핵심 연구시설과 강의실들이 있었다. 지하에는 보일러실을 포함한 각종 설비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기계나 실험 기자재 품목이 다양하고 체계적이며 세분화되어 있었고, 시설 설비의 자동화는 물론 현대화가 돋보였고, 철저한 위생 청결관리 시스템이 학교라기보다는 유가공 전문 연구소처럼 보였다. 이러한 설비를 갖춘 유가공 학교가 스위스 내에는 1곳이 더 있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기초 이론 강의와 함께 1학년은 주 1일, 2학년은 주 2일간의 실습시간을 운영하고, 학기별로 5~10일간 집중 실습기간을 운영하는 등 말 그대로 실습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도교사는 모두 유가공 마이스터 자격증 소지자로 강의와 실습,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학생들이 자기 이름으로 치즈를 만들어 호텔에 납품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문계고 육성방안으로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비즈쿨 형태의 교육과정인 셈이다. 더구나 학생 개인별 판매가 가능하고 그 수익금으로 졸업여행을 가기도 한다고 우리 안내를 맡아주었던 뵈티그 한스 선생님은 자랑했다. 1시간 이상을 친절하고 자상하게 학교 구석구석을 안내 해주면서도 간간히 한국의 치즈 산업 현황은 물론 우리 학교 치즈과의 교육과정과 실습실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앞으로 우리 학교 치즈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학교와의 긴밀한 교류가 필수적이라고 생각되어 장차 자매 결연을 맺는 방안을 포함하여 큰 숙제를 안고 오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교류나 장차 치즈 유학을 위해서는 영어도 중요하지만 독일어 교육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었다.

전체 시설을 돌아보고 1층 로비로 내려오니 한 무리의 학생들이 위생가운과 무릎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막 실습을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다. 친절하게 미소를 보내는 학생들도 있었고 수줍어 고개 숙이고 지나가는 학생도 있었다. 로비 한쪽에는 그 학교에서 자체 생산하는 다양한 치즈와 와인, 쿠키 등을 준비하여 맛있게 시식할 수 있었다.

↑↑ 몰케라이슐제 현관에서 방문기념촬영
ⓒ 주식회사 임실뉴스
<몰케라이슐제 현관에서 방문기념촬영>
↑↑ 유가공 실습 기계를 설명해주는 한스 선생님
ⓒ 주식회사 임실뉴스
<유가공 실습기계를 설명해주는 한스 선생님>

커드나이프에서 렌넷까지 치즈재료 백화점이자 세계적인 유통회사 코널핀겐

우리가 스위스에서 머문 7일간의 치즈 캠프 중 마지막 날, 이번 캠프의 마지막은 커드나이프에서 렌넷까지 심지어 치즈를 만들 때 입는 앞치마, 장화는 물론 치즈와 관련된 모든 재료와 기구들의 백화점이자 세계적인 유통회사인 코널핀겐을 방문하였다. 굳이 코넬핀겐을 캠프 일정에 넣은 이유는 장차 우리 학생들이 직접 치즈를 만들게 될 때 필요한 각종 재료와 기구들을 구입할 수 있는 유통회사를 둘러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어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지만 강행하게 되었다. 사실 외국에서 어떤 기관을 방문할 때는 사전 예약이 필수이지만 한국에서 출발할 때 직접 사전 교섭하기가 어려웠다. 이곳은 인터넷을 통해서 전 세계로부터 상품 신청을 받고 국제탁송으로 물품을 보내주는 일종의 물류회사여서 우리와 같이 외국에서 단체로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아주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실제로 그 회사는 방문객을 안내해주시는 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우리는 한참을 로비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일단 안내를 시작하자 아주 친절하고 자상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구석구석을 안내를 해주어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코널핀겐은 프라이브르그에서 호수로 유명한 튠으로 가는 길목의 작은 시골마을에 있었다. 주변은 포도밭과 옥수수밭이 있는 아주 한적한 곳이었고 외형상으로 보기에는 작고 평범한 5층 건물이었다. 그러나 막상 회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규모의 전시장과 대형 창고, 유산균 발효 실험실이 있었다.

1층 중앙 로비는 우리 일행 13명이 들어서자 꽉 찰 정도로 아주 비좁았으나 한쪽에는 젖소에서 우유룰 짜서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판넬로 제작되어 전시되어 있었다. 다른 한쪽은 그와 관련된 치즈 재료의 크고 작은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층별로 치즈에 관련된 물품들이 사이즈별로, 자재별로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전시된 모습에 놀라웠고, 그 규모의 광대함에 또 한번 놀라웠다. 예를 들어 소규모로 전통적인 치즈를 만들 때 우유룰 가열하면서 저어주는 쓰레받기 형태의 주걱(홀츠컬레)의 종류만 해도 20여가지가 넘었다. 아주 손바닥만한 작은 사이즈에서 밥상크기의 큰 사이즈까지 사이즈별로 다양했고, 재질도 나무, 플라스틱, 스텐 등으로 다양했다. 목장에서 우유를 짜서 담는 우유통 만해도 종류가 10여개 이상이었다.

더 욕심나는 것은 치즈 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유산균 발효에 쓰이는 렌넷에 대한 전문성과 관리시스템이었다. 코널핀겐은 분명히 유통회사이지만 렌넷에 관해서는 전문 연구소를 방불케 했다. 이중 삼중의 보안 관리와 열, 습도를 포함한 전문적인 관리가 과연 세계 최고임을 증명해주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안내한 것은 매일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온라인상에서 주문하는 현황이었다. 우리가 보는 그날 만해도 불가리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 물품을 요구하는 내역이었다. 안내하는 사람의 얼굴에 알 수 없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선진국가의 국민이라는 긍지는 바로 이러한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작은 회사의 안내하는 직원의 얼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놀라워하자 두툼한 물품 카다로그 책자를 서너권 주었다. 우리 학생들이 치즈를 전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필요할 때 인터넷으로 주문하라는 배려이자 홍보였다.

실제 우리는 회사를 둘러보아서 그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지만 카다로그에 나온 물품 종류와 물량을 보고서는 더 놀라웠다. 수천가지의 물품이 모두 체계적으로 바코드화 되어 있었다. 아아.. 임실의 치즈 산업은 언제 이러한 인프라를 만들고 어떻게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을까. 우리 학생들은 먼 훗날 과연 임실 치즈 산업의 주역이 되어 아니 우리나라 치즈 산업의 주역이 되어 이렇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인가. 치즈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도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지리라 굳게 다짐하면서 회사를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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