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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시리즈③ 김효순 교장의 알프스 산속의 전통 치즈 농가들

임순남뉴스 기자 입력 2010.11.09 10:42 수정 2010.11.09 10:48

알프스 산속에서 4대째 치즈를 만드는 스위스 농부 요세프씨

2010 임실고 스위스 치즈캠프 보고서

「임실고 치즈과, 스위스를 누비다」

시리즈 ③ 알프스 산속의 전통 치즈 농가들

알프스 산속에서 4대째 치즈를 만드는 스위스 농부 요세프씨
스위스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국가들 사이에 한 중앙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국토의 70%이상이 산악지대이다. 동서로 뻗은 알프스 산맥, 북부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쥐라산맥, 그리고 두 산맥사이의 중앙 고원지대로 되어있다. 특히 알프스의 산줄기에는 여러 깊은 계곡이 파여 쮜리히 호수와 루체른 호수, 툰 호수, 브리엔츠 호수, 루가노 호수 등이 있어, 연중 눈 덮인 알프스와 푸른 호수가 어울린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우리가 이번 캠프 기간 일주일 내내 머문 곳은 바로 루체른 근처의 1,500m 고지의 알프스 산자락 메르크달 지역에 있는 알펜호프 호텔이었다. 첫날 쮜리히 공항에 밤늦게 도착하여 호텔에 투숙할 때는 주변 환경을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이튿날 호텔 옆 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연 순간, 바로 거기에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보았던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알프스 산과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는 그러한 스위스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호텔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산책하였다. 꽤 높고 가파른 산이 호텔 바로 앞에 있었고 그 산 기슭을 따라 푸른 나무들과 캐를콜을 목에 두르고 쩡그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른 아침부터 풀을 뜯고 있는 소떼들, 띄엄띄엄 아름다운 꽃 화분을 창밖으로 내건 농가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부분 농가들은 마당에 사계절 내내 꽃들이 끊이지 않고 피어있었고 한쪽에는 채소밭이 있어서 날마다 푸르고 싱싱한 야채를 먹는다고 했다. 9월 중순인데도 꽤 차거운 아침 공기를 가르고 우유박스를 싣고 나르는 차도 보였다.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전형적인 스위스 농가의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 놀랍게도 어느 농가 앞마당에 페인트로 “알프케제(alpkäse)"와 “브라이트케제(braitkäse)"라고 쓴 팻말이 보였다. 치즈를 만드는 농가라는 표시인 듯도 하고 치즈를 판매한다는 뜻이기도 하는 것 같아 호텔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준비해준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4대 할아버지 때부터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집에서 수제 치즈를 만들어 파는 요세프씨네 집이라고 했다. 치즈를 우리식으로 쉽게 말하면 ‘우유 두부‘라고 한다면 말하자면 요세프씨네 집은 집안 대대로 가마솥 순두부를 만들어 파는 집이라고 하면 딱 맞는 성 싶었다. 스위스 치즈를 이해하는데 규격화되고 현대화된 치즈공장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치즈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지 알아보았다. 우리는 치즈를 배우러 한국에서 온 학생들임을 강조하여 망설이는 요세프씨에게 여러 번 간청하여 간신히 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 주식회사 임실뉴스
↑↑ 요세프씨 부부와 함게
ⓒ 주식회사 임실뉴스

<요세프씨 농가 앞에서> <요세프씨 부부와 알프케제 간판>

장작불 때서 만드는 스위스 전통치즈, ‘알프케제’
그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그 집을다소 들뜬 기분으로 방문하였다. 요세프씨의 첫 인상은 정말 우리나라 시골에 있는 마음씨 좋은 농부의 모습 바로 그대로였다. 살림을 하고 있는 본채 말고 우리식으로 하면 사랑채 같은 곳에 2층으로 된 조그마한 치즈공장이 있었다. 가내 수공업형태로 철저하게 전통방식으로 치즈를 만들고 있었다. 밑이 검게 그을린 구리배트(솥단지)도, 장작불을 피워서 가열하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에서 순두부를 집에서 만드는 것과 같았다.

요세프씨는 자신의 목장에서 31마리 소를 키우고 있었는데, 그중 젖소는 8마리로 매일 400리터의 우유를 생산하는데 마을 집하장에 공동 납품하여 대형 공장으로 판매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은 직접 자신이 치즈를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알프스 산속에서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치즈를 통틀어 ‘알프케제’라고 부른다. 알프케제는 반경성 치즈로 라끌렛 치즈와 비슷했다. 물론 스위스에도 현대화된 공장에서 대량으로 위생적으로 만들어내는 좋은 품질의 치즈도 많지만 알프케제는 알프스 산록에 오염되지 않은 풀들을 먹고 자란 소들에게서 나오는 신선한 우유를 가지고 장작불로 때서 전통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아직도 지속적으로 좋아하는 소비자 층이 있고 가격도 100g에 18프랑이어서 가격과 판매량은 꽤 괜찮다고 한다.

요세프씨네 치즈공장은 2층 건물로, 각 층은 7~8평정도로 작은 오두막이였다. 1층은 치즈를 만드는 곳으로 우유를 가열하는 구리솥단지와 장작 화덕, 우유를 젓는 쓰레받기 형태의 나무 주걱(홀츠켈레), 커트나이프, 몰딩판, 우유통, 벽돌로 만든 프레스 등이 있었다. 2층 숙성실을 올라가보니 양면의 목재 선반위에 숙성중인 치즈들이 가득 차 있어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였다. 한쪽 면에는 그날 생산하는 치즈량과 판매량을 기록하는 화이트 보드가 있었고, 낱개로 포장한 치즈들이 싸여있었다. 또 그 옆에는 날마다 치즈를 닦아주는 솔들이 있었다. 스위스의 평범한 목축농가의 작은 치즈공방이었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짜임새가 아기자기해서 무척 예쁘게 보였다.

요세프씨는 40세로 쮜리히에서 온 부인과 5명의 자녀, 어머니와 함께 4대째 바로 그 농장에서 가업으로 치즈를 만들었다고 했다. 1년 365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에는 우유를 짜고, 오전에는 그 우유로 치즈를 만들고, 오후에는 목초지와 소를 관리하느라 단 한번도 그 마을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순박한 스위스 농부였다. 키가 크고 허름한 작업복 차림에 투박한 독일어를 구사했다. 영어는 짤막한 토막 영어도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순박함과 알 수 없는 자부심이 배여 있었다.

스위스 농촌도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이농현상이 심하고 농가들이 대체로 대규모화되고 현대화되기 때문에 알프스 산속에 있는 전통 농가들은 연 수입의 50%를 정부로부터 보조받는 직불제로 인해 생활에는 큰 불편은 없다고 한다. 특히 소를 키우는데 있어서 알프스의 천연 초지 환경으로 인해 사료 값이 들지 않아 생산단가가 낮기 때문에 대규모로 목축 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입은 보장되고 있으며 고산지대는 정부로부터 더 많은 보조액을 받는다고 한다. 아마도 요세프씨의 모습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알 수 없는 자부심은 바로 그런 연유가 아닌가 싶다.
↑↑ 전통치즈를 만드는 요세프씨
ⓒ 주식회사 임실뉴스

<전통 치즈를 만드는 요세프씨>


2,100m 알프스고지에서 한여름을 젖소와 지내는 독일 아가씨 낸시
태어나서 한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는, 아니 태어난 고향마을에서 한번도 도시에 나가본 적이 없다는 요세프씨 치즈공방을 보게 된 것도 우연이었지만, 2,100m 알프스고지에서 한여름을 젖소와 지내는 독일 아가씨 낸시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스위스 목축 농가들은 대개 한여름에는 높은 지대로 옮겨가 그곳의 신선한 풀로, 겨울철에는 건초로 소들을 키운다. 요세프씨네도 6월부터 9월까지는 알프스 더 높은 곳에 있는 자신의 초지로 소를 옮겨간다고 한다. 그래서 그 곳에는 별도로 그 소들을 관리할 사람을 쓰고 있고, 우리가 찾아간 시기는 아직 그 높은 곳에 소들이 있기 때문에 매일 아침 우유를 짜러 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음날 새벽 5시 요세프씨와 함께 우리나라의 프라이드처럼 4륜 구동의 작고 낡은 차에 우유통을 싣고 어두워서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은 깜깜한 산속을 올라갔다. 좁은 산길을 따라 몇 차례 철망 문을 열고 20여분 올라갔더니 놀랍게도 그 깊은 알프스 산속 오두막에 낸시라는 독일 아가씨가 혼자서 젖소 31마리를 관리하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요세프씨와 낸시는 엉덩이에 깔판을 부착하고 젖은 티슈로 소 젖꼭지를 마사지하고 흡착기를 부착하여 착유를 시작했다. 짜낸 우유는 우유 통에 부어 찬불에 담구어 신선도를 유지했다. 그날 생산한 우유는 2통으로 약 200리터였다. 허름한 작업복에 장화를 신고 소젖을 짜고 있는 낸시는 새벽 2시부터 밤9시까지 목장일은 한다고 했다. 독어와 영어를 할 줄 아는 그녀와 몇 마디 나눈 대화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하다가 소를 키웠던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장차 농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소를 기르는 것부터 배우기 위해 매년 여름이 되면 이곳 알프스 고산 지대에서 4~5개월을 지낸다고 했다. 젊은 세대가 노동을 특히 농업을 기피하는 것은 우리나 유럽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힘든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일하는 낸시를 보면서 정말 진정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새벽착유 후 공동집하장에 낲품하는 요새프
ⓒ 주식회사 임실뉴스

<새벽 착유후 공동집하장에 납품하는 요세프씨>

세계의 트레킹 명소 알프스 파노라마 루트 중 야운파스의 뵈데씨 치즈관광 농가
야운파스는 수도 베른에서 북서쪽으로 기차로 1시간 20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산속 마을로 세계의 트레킹 명소중의 하나인 알프스 파노라마 루트의 한 중간에 있다. 멀리는 눈 덮힌 융플라우가 보이고 가까이에는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뤼에르 성이 있다. 그래서 스위스의 다른 관광지역과는 달리 대자연을 즐기는 트레킹 족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백무동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야운파스는 바로 환상적인 알프스 파노라마 트레킹 족이 머무는 곳이었다.

앞서 말한 요세프씨네는 관광객을 위한 치즈체험 농가가 아닌 순수 농가였다면 뵈데씨는 야운파스 지역의 알프스 트레킹 족을 대상으로 숙박과 치즈체험을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치즈 농가였다.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우리는 전날 야운파스에서 미리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40여분을 산속으로 걸어 올라가 뵈데씨 치즈공방을 찾았다. 약 1,800m의 고지대에 있는 전형적인 스위스 목축 농가였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는 전날 숙박한 트레킹 족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9시가 되어 우리는 바로 전통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뵈데씨가 만드는 치즈 역시 반경성 치즈로 요세프씨가 만드는 과정과 같은 과정을 거쳐 알프케제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요세프씨 댁에서 스위스 전통치즈를 만드는 경험을 해본 터라 모든 과정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치즈를 만드는 기구들이 조금 더 현대화되어 있었고 숙박시설과 식사 제공으로 유료 체험장인 셈이었다. 집 뒤로는 바로 목장으로 연결되어 있고, 할머니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대가족이 모두 함께 목축과 치즈제조, 관광객 대상 체험 등을 하고 있었다. 친절한 설명과 자연스럽게 사진 포즈를 잡아주는 모습 등이 인상적이었다.

체험 후 우리는 약 1시간 정도 알프스 대자연을 감상하면서 2,500m 고지까지 걸어 올라갔다. 말로만 듣던 많은 알프스의 꽃을 보기도 하고 푸른 초지위에 누워도 보고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들을 몰아보기도 했다. 알프스 자락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푸르고 깨끗함 그 자체였다. 시간이 멈취버린 듯 조용한 대자연의 품에 안겨 몸도 마음도 한없이 순수해지는 시간들이었다.
↑↑ 야운파다씨의 농가입구
ⓒ 주식회사 임실뉴스
↑↑ 전통치즈를 만드는 뷔페
ⓒ 주식회사 임실뉴스
↑↑ 전통치즈를 만드는 몰딩
ⓒ 주식회사 임실뉴스
↑↑ 민들레
ⓒ 주식회사 임실뉴스

<야운파스의 뵈데씨 농가 입구> <전통 치즈 알프케제를 만드는 뵈데씨>

<전통치즈를 만드는 몰딩틀> <알프스 산록에 피어있는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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