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② 김효순 교장의 2010 임실고 스위스 치즈캠프 보고서
임실고 치즈과 '스위스를 누비다'
시리즈② 스위스 5대 명품 치즈 공장
아름다운 펜션같은 샤유케제라이(Schau Käserei)
치즈는 우유를 유산균이나 효소작용으로 응고시켜 수분을 제거한 것으로 단백질, 칼슘, 비타민 A, D, E, B군과 인체에 필수적인 미네랄 성분 등이 우유에 비해 8~10배 농축되어 있으며, 발효숙성식품 중에서는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영양가가 높은 고급 식품으로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최고의 식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치즈는 나라마다 다르게 부른다. 영어로는 치즈(Cheese)이지만, 독일어로는 케제(Käse), 이탈리아어로는 까시오(Casio), 프랑스어로는 프로마쥬(Fromage) 등으로 라틴어의 Caseus(카세우스)와 포르마(Forma)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치즈를 부르는 말이 다른 것처럼 치즈는 우유의 산지와 종류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다르게 만들어진다. 왜냐하면 우유가 각 지방마다 물, 기후, 온도에 따라 다르고 그 우유에 집어넣은 유산균의 종류나 양, 시간 등 숙성과정에 따라 다르고, 또 숙성기간에 따라 특정 지역에서 만든 치즈를 다른 지방에서 똑같이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연간 치즈의 종류는 3,000개가 넘는다고 하며, 각각 치즈에 대한 명칭도 맛도 모양도 모두 달랐다.
9일간 스위스에 머물면서 우리는 치즈대신 케제라고 부르는데 익숙해졌고, 5군데의 샤유케제라이(Schau Käserei)를 방문했다. 샤유케제라이는 견학이 가능한 치즈 공장을 의미한다. 우리는 공장하면 딱딱하고 밋밋한 콘크리트 건물에 그 안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없는 기계들이 즐비하게 있는 광경을 연상한다.
그러나 스위스의 샤유케제라이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들었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면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있고, 분수대가 있는 정원이 있고 예쁘고 아담하한 창틀마다 빨갛고 노란 꽃들을 내걸어 놓아 언뜻 봐서는 우리나라에 아름답게 지어진 팬션같은 느낌이 들었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면 대부분 그곳에서 생산한 치즈를 예쁘게 디스플레이 해놓은 판매장이 있고, 한쪽에서는 방문자가 치즈 제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고 마이스터가 직접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한쪽 코너에서는 방문자들이 견학을 마치고 치즈를 사용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도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공장을 견학하는 자체가 치즈 제조 과정, 판매장, 레스토랑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one-stop 체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나. 동화 속 나라 같은 아펜젤 마을과 아펜젤(Appenzell) 치즈공장
스위스하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나오는 그림같은 알프스 산 기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 떼들과 목동들이 부르는 요들송, 파이프처럼 생긴 길다란 알프호른, 그리고 에델바이스, 검은색에 꽃그림이 그려진 전통적인 앞치마 복장,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이 떠오른다. 이런 동화 속 나라 같은 곳이 바로 아펜젤 마을이다.
아펜젤은 쮜리히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40분정도 떨어져 있는 아주 조그마한 산속 마을이다. 그 지역에 흩어져 있는 1,100 여개의 축산 농가들이 연합하여 아펜젤 치즈공장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1069년 설립된 아펜젤 수도원에서 처음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로 만들어진 아펜젤 치즈는 약간 햇볕에 그을린 듯한 색깔이 나는데 이는 이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허브와 향신료, 소금으로 계속 닦아주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독특한 과일향이 난다. 3~5개월 이상의 숙성기간을 거쳐 지름 30~33센티, 높이 7~9센티, 무게 6.4~7.4킬로그램의 둥글고 납작한 모양의 경성치즈이다. 부드럽게 씹히고 강한 짠맛이나 진한 숙성 냄새가 거의 없는 담백한 치즈로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가볍게 먹을 수 있다. 또한 열을 가하면 늘어지는 성질 때문에 그라탱이나 퐁듀에 많이 사용하며 스위스 내 소비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아펜젤 치즈공장은 입구에 각국 언어로 번역된 치즈 제조과정 리플렛이 있었고, 아래층에 제조 공정별로 색션을 나누어 자동화된 설비로 치즈를 제조하고 있어 한눈에 방문객이 투명하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제조 공정 색션 별로 대형 프로젝터를 설치해 화면과 육성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으며, 판넬도 부착하여 이해를 도와주었다. 같은 건물 내에는 치즈 판매장과 레스토랑이 있었다. 바로 옆 건물에는 박물관이 있어 치즈 역사를 배울 수 있었으며 스위스 전통치즈 체험장도 있었다.
아펜젤 치즈는 아펜젤 마을과 연계되어 관광지로 개발되어, 치즈 판매 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스위스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어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어있다. 우리 임실지역과는 가장 지형조건이 비슷하여 치즈산업에 있어서 벤치마킹하기가 적합한 곳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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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펜젤 치즈공장 모습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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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속 나라같은 아펜젤 마을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둘. 만화 ‘톰과 제리’에서 나오는 구멍 숭숭난 에멘탈(Emmental) 치즈공장
스위스 치즈하면 보통 에멘탈 치즈를 생각할 정도로 스위스의 대표 치즈로 생산량과 소비량도 압도적으로 많지만 품질에서도 단연 스위스에서 최고이다. 특히 만화 ‘톰과 제리’에서 쥐 제리를 유혹하는 노란 구멍이 슝슝 뚫린 치즈로도 유명하다.
에멘탈 치즈는 수도 베른에서 동북쪽 40킬로미터 떨어진 산속 계곡 지역인 에멘탈 에서 만든 치즈로 13세기부터 치즈제조 및 판매조합 역사가 있다. 치즈 안면의 구멍은 치즈를 만들 때 스타터(starter: 발효제 또는 접종균)로 사용된 프로피온산이 온도가 오를 때 탄산가스를 발생시켜 동그랗고 큰 눈(eye)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개월에서 12개월 까지 숙성하며 숙성기간이 길수록 진한 갈색을 띤다. 스위스 전통요리인 퐁듀를 비롯하여 스프, 와인의 안주, 빵 위에 얇게 슬라이스하거나 샐러드용으로도 두루 쓰인다. 에멘탈 치즈 또한 모짜렐라나 까망베르, 브리 치즈처럼 가열 하면 늘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에멘탈 치즈공장 역시 아펜젤처럼 제조공정이나 판매장, 레스토랑, 박물관이 잘 되어있었으며 스위스 최고 품질의 대표치즈 공장인 만큼 주변에 특별한 관광지가 없어도 평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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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톰과 제리’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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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멘탈 치즈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셋. 초록빛 알프스 위에 자리잡은 중세기의 성과 그뤼에르(Gruyères) 치즈공장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구릉지대. 한적한 언덕 위를 내려가는 소의 무리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자연을 감상하며 충분히 휴양할 수 있는 알프스 산간 마을이 바로 그뤼에르이다. 스위스 서쪽 프랑스 인접지역의 프라이부르크 주에 있는 그뤼에르는 얼룩무늬 젖소와 목가적 풍경, 치즈, 그리고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그뤼에르 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멀리서 볼 때 고풍스럽고 위엄있는 이 성은 중세 12세기경에 세워졌으며, 성 안에는 리스트(Liszt)의 피아노와 코로의 회화 작품, 마르세이유 궁전의 화원을 옮겨놓은 듯한 예쁜 화원이 있고, 성 외곽 벽을 따라 지붕이 있는 난간이 회랑식으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중세기의 기사들이 튀어나와 한판 칼싸움을 벌일 듯한 분위기가 연상된다. 성곽 곳곳에 네모난 석창 밖으로 본 마을 풍경과 끝없이 펼쳐지는 초록빛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은 하나하나가 바로 그림엽서가 되었다. 성곽 입구에 줄지어 있는 예쁜 상점과 레스토랑들은 너무나 작고 귀엽고 아기자기해서 마치 난쟁이 나라에 온 느낌이었다.
성 아래 마을의 기차역 바로 옆에 그뤼에르 치즈 공장이 있었다. 그뤼에르 치즈는
에멘탈 치즈만큼 스위스 대표 치즈로 소비량이 많으며 퐁듀의 주재료로 쓰인다. 높이 9~12센티, 지름 55~65센티, 무게 25~45킬로그램의 사각형태로 숙성기간은 5~ 12개월로 암모니아 냄새가 적고 오랜 숙성으로 진하고 담백한 맛이어서 요리를 안하고 그냥 먹어도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이곳에선 다른 치즈공장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입장료가 있었는데 치즈 제조 공정을 각국의 언어로 설명해주는 워키토키 이용료였다. 다 둘러본 뒤 OX 퀴즈코너가 있어 방문객, 특히 학생들이 그뤼에르 치즈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해볼 수 있도록 한 점이 매우 기발했다. 치즈 판매장과 레스토랑 운영, 박물관 운영도 다른 치즈공장과 비슷했지만 바로 옆에 그뤼에르성 때문인지 관광객이 이번 여행 중에 돌아본 5개 치즈공장 가운데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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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뤼에르 성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넷. 티틀리스가 보이는 엥겔베르그 수도원내의 까망베르(Camembert) 치즈 공장
‘천사의 고향’ 혹은 ‘천사의 마을’을 뜻하는 엥겔베르그는 알프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티틀리스로 가는 길에 있는 루체른 근처의 작은 산골마을이다. 까망베르 치즈공장은 엥겔베르그 수도원내에 10평 남짓의 아주 작은 공간에 원형으로 된 회전 유리창 내부였다. 한명의 치즈 마이스터가 2시간에 걸쳐 치즈의 전 공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한쪽에선 판매장과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어 생산에서 판매까지 one-stop체제였다.
까망베르 치즈는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치즈중 하나로,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지금은 전 세계 치즈 생산국에선 대부분 만들어 낸다. 겉은 하얀색 라인드로 덮혀 있으며 속은 말랑말랑한 연성치즈이다. 버섯향이 나며 맛이 부드럽고 풍부하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까망베르 치즈는 중간사이에 허브나 버섯, 고추 등을 집어넣어 아주 독특한 향과 맛을 내며, 관광객이 쉽게 살 수 있도록 작은 모양으로 포장한 것이 특색 있었다. 또한 포장지도 스위스를 상징하는 에델바이스나 얼룩소, 빨간 스위스 국기, 눈덮힌 알프스 산들을 도안하여 관광객의 눈길을 끌게 하였다. 이러한 판매 전략에 있어서 발상의 전환은 스위스에선 최초로 10년 전부터 도입하였는데 매일 500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부근에 알프스의 백미라는 티틀리스가 있다는 장점을 살려 치즈공장과 패키지화 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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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망베르 치즈 공장 입구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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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망베르 치즈 포장 모습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다섯. 부드럽게 녹여먹는 라끌렛 요리로 유명한 라끌렛(Raclette) 치즈공장
스위스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퐁듀와 라끌렛 요리가 있다. 퐁듀(fondue)는 식탁에 작은 항아리를 불에 올려놓고 치즈나 초콜릿 등을 녹여가며 먹는 요리로 치즈 퐁듀는 치즈를 녹여 빵이나 소시지를 찍어먹는다. 라끌렛 요리는 딱 치즈 한토막 정도 녹일 크기의 장난감같이 생긴 그릴에 치즈를 녹여 삶은 감자나 야채, 새우, 고기 위에 부어서 먹는 요리로 부드럽고 따뜻한 치즈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라끌렛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라끌렛 치즈를 생산하는 공장은 스위스 중동부, 알프스 산맥 북쪽의 리기산 기슭의 슈비츠 주에 있다. 라끌렛 치즈는 녹는 점이 낮아 부드럽고 사각형의 반경성 치즈이다. 사각형의 몰딩 중인 치즈가 우리나라의 대형 두부 같았다. 이 공장 역시 제조시설, 판매장, 레스토랑이 one-stop으로 되어있었고, 제조 과정별로 번호를 주어 방문객의 이해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