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할머니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세요.. ㅜ.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장기요양보험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르신들은 “이렇게 좋은 세상이 어딧서? 자식덜도 못허넌 일을 이렇게 혀중게 고마워서 워쩌”라며 고맙다는 말씀을 몇 번이고 듣는 요양보호사는 가슴한구석이 찡하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할머니들이 어느날 등급판정에서 등급이 내려가 요양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어떤 어르신은 연기력이 좋아서인지 운이 좋아서인지 배경이 좋아서인지, 평소에 남의 밭일 다 다니면서도 등급유지하고 있고, 어떤 어르신들은 계약기간 2년씩 연장해주었는데도 일주일도 못가서 돌아가시고, 어떤 어르신은 한쪽 손발을 사용 못 하고 겨우 걸어 다니며 밥 한술 반절 흘려가며 식사하는 상태에도 불구하고 등급에서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요양급여 갱신 때가 돌아오면 어르신들은 난데없는 공부를 해야만 한다.
할머니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세요!”“엄마 뭐 시키면 무조건 못한다고 해요!
이런 교육 아닌 교육을 시켜 등급을 유지하도록 해야 하는 요양사들의 마음은 아프다 못해 쓰리다고 한다.
보호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각과 행동을 감추고 판정을 속이지 않으면 등급이 떨어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신세가 되어버리는 아픈 현실에 어르신들은 피눈물을 흘리실 것이다.
바보처럼 보여 지고 진짜로 바보가 되어야 그나마 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은 서글프고 답답하다.
만일 어르신들이 몸이 마음처럼 따라 주지 않는데도 기를 쓰고 판정담당자가 하라는 대로 다하면 결국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져 버린다는 현실이다.
어르신들이 등급이 떨어지면 다른 급여와 연계해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지만, 그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들에게 “화장실 가면 안 돼”“혼자 밥도 챙겨 먹지마”“아파도 혼자 병원가선 안 돼!”하고 몇 번이고 떠먹이듯 일러줘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고 인색한 정부의 사회보장제도가 원망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