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자료유출 금지라니 -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10년 전으로 후퇴하였다더니 임실군 행정은 아마 20년 쯤 후퇴한 게 아닌가 싶다.
지난달 28일 오후 본지 기자가 관촌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의 공사비 집행내력을 알고자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말은 정말 깜짝 놀랄 내용이었다.
“군수님이 관촌 시장 관련 자료를 유출하지 말라. 고 지시해서 당장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담당자의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자의 전화를 옆에서 들으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난날 독재시절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아할 만큼 놀랐다.
그러지 않아도 이 사건을 취재하는 지방신문 기자들이 군청 공무원들로부터 심한 취재 방해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들어온 터라 전화를 받은 담당 공무원의 답변이 있음직한 것이라는 짐작은 했지만 막상 듣고 보니 참으로 황당하고 억장이 막혀 할 말이 없었다.
기자의 취재는 군민들에게 군정을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다.
취재를 막으려는 것은 군민들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뜻이며 잘못을 얼버무려 군민들을 속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행정태도는 지난날 독재시대에 언론을 통제하고 프레스카드 라는 해괴한 제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던 시대에도 지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물며 지난날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투옥 된 일이 있음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강 군수가 기자에게 자료유출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불과 취임 한 달 만에 권력의 달콤한 맛에 빠져들어 언론을 차단하려했다면 임실군정의 내일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혹시 전화를 받은 공무원이 잘못 구실을 붙였다고 변명을 하더라도 관촌 시장관련 취재를 하면서 설계도를 보여주지 않고, 시방서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던 점을 미루어 자료유출 금지라는 ‘윗선’의 명령은 설득력이 있다.
군민을 하늘같이 모시겠다는 군수가 취임한 이후, 임실군청 공무원들의 태도는 지난날보다 더 군민을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커지고 있다.
강 군수는 투표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은 군수가 결정하는 일이 군민 과반수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오산하는 일은 없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군민들의 선택은 ‘마땅하지 않지만 이 머슴이 좀 더 잘 할 것 같다.’는 정도의 생각에서 ‘머슴’을 고른 것이지 ‘임실군의 어른’으로 모시거나 ‘목민관’으로 선택한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매사에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울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