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 빈자리 없는 민원인 주차장 -
임실군청 새 청사에 가면 엄청난 규모의 크기와 대기업 사무실의 인테리어에 뒤지지 않을 멋진 내부구조, 그리고 청사 주변에 겹겹이 조성된 주차장의 면수에 놀란다.
구 청사에서 주차면적이 없어 먼 길거리에 주차를 하고 눈치를 보아야했던 공무원들은 새청사의 주차장에 맘 놓고 주차를 하며 적어도 주차문제에서는 행복을 느낄 것 같다.
그런데 이처럼 행복하게 주차를 하는 공무원들이 몇 걸음 더 걷는 일이 싫어서 서로 가까운 장소에 주차를 하려고 민원인 주차장에 거침없이 주차를 하고 있어 군청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민원실 옆에 조성된 민원인 주차장은 언제 봐도 빈 면적이 없다.
민원인들은 주차면적을 찾느라 주차장을 헤매고 있는데 민원인 주차면적에는 군청 공무원들의 차가 버젓이 주차되어있으니 문제다.
작은 면사무소에 가도 민원인 주차구역은 한 두면 비어있는데, 군청의 민원인주차장은 언제나 만원이어서 차량 번호를 확인해보니 공무원들의 차량이 상당수 주차되어있었다.
새 청사는 비좁고 복잡한 사무분위기를 개선하여 공무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군민들이 배려한 업무공간이다.
그 청사에 주인들이 찾아갔는데 주차할 공간이 없다면 머슴인 공무원들이 주인을 능멸하고 업신여기고 있다는 뜻이다.
주인이 주차할 공간을 머슴들이 차지하고 주인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주인에 대한 불경이고 모욕이다.
만일 민원인 주차장의 면수가 부족하다면 공무원들의 주차공간을 줄여서라도 민원인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옳다.
새 청사로 이사 간 공무원들은 대궐 같은 청사에 앉아 바라보면, 저 밑에서 힘겨워하는 군민들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대단히 위험한 착각인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찾아가는 주민들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요즘 임실군청에 법 위에 있는 공무원들이 있어 부실공사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설계도면이 없다며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00가 정보제공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며 대답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한 공무원이 있었다.
이 역시 주인에게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언론을 차단하려는 불손한 머슴의 행동임을 경고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