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사설

청첩장

임순남뉴스 기자 입력 2010.03.21 23:52 수정 2010.03.21 11:52

이태현 칼럼

몇 년 전에는 청첩장이 배달되면 고지서거 왔다고 유행어처럼 비아냥댔다. 요즘엔 고지서보다 뷔페나 일반음식용 식권이 배달됐다고 하면 더 유머러스하고 세련됐다.

샛노란 봄꽃이 피기도 전에 청첩장이 매일같이 배달된다. 요즘 같으면 우편함 열어 보기가 겁난다. 매일같이 몇 통씩이 배달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나눠 가더라도 10여건은 보통이다. 주머니 사정이 보통이 아니다.

결혼식이 많을 때는 오히려 점심을 설치기가 일쑤다. 그러나 주말이면 마누라에게 점식 부탁할 걱정을 덜 수가 있어서 좋다. 30분이나 1시간대로 결혼식이 계속돼 혼주와 신랑신부 얼굴만 보고 되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좀 야박하지만 할 수 없다.

누구에게 하소연 했더니 친인척이 아니면 봉투만 보내고 자기 시간을 가지란다. 참으로 현명한 조언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맛이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축하해줄 사람이 안 나타나면 기다려진다.

어떤 날은 항상 현금보다 중요하게 지니고 다니는 열 칸이나 되는 수첩 메모난이 모자랄 때도 있다. 게다가 되돌아오는 오후엔 상갓집으로 거쳐서 귀가 할 때도 많다. 상갓집은 약속 시간이 없기 때문에 거짓말도 못한다. 예의상 경삿날을 먼저 보고 애사는 늦게라도 도착해 위로와 덕담도 나누며 약주도 몇 잔 할 수가 있어서 다소나마 여유롭다.

요즘엔 퇴직 후 통장에 들어온 것이 겨우 연금 몇 푼 뿐 이여서 어떤 지인의 말대로 인편에 보내기로 했다. 나는 한술 더 떠 뷔페 값을 빼고 보내는 지혜가 생겼다.

왜냐하면 밥값을 당연히 공제하자는 뜻이다. 어쩌면 야박한 계산일지 모르지만 상대방 혼주나 본인도 계산상 이익이다. 요즘 뷔페 1인분이 전주를 기준으로 최저 2만5천원으로 알고 있다. 특히 전주나 인근 도시로 나가면 교통비를 계산해 보면 위험성도 없는 안전모드에 경제적으로도 기발한 아이디어다.

얼마 전에 둘째 손자 돌잔치를 고향에 있는 식당에서 치렀다. 아들 여석이 나한테 상의 한번 없이 스스로 이 지역 식당에서 하겠다고 하기에 얼마나 고맙고 대견스러웠는지 모른다.
사실은 제 아버지가 애향운동본부장을 하고 있으면서 내 고향 상품 팔아주기와 고향에서 회식하기 등을 주장하며 봉사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성격을 미리 알아 준 셈 이여서 더욱 고마웠다. 실제로 전주로 나간 것보다 경비도 덜 들었을 뿐만 아니라 찾아 온 축하객도 부담이 덜 됐을 것이 뻔하다.

이 지역 경제도 살리고 찾아올 하객들의 입장도 헤아려 더 많은 고향 사랑의 물결이 내 고장 구석구석에서 넘실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이 지역 상인들의 양심과 노력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기회임을 자성해야 한다.


저작권자 임순남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