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장 한켠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장꾼으로 통하는 유현호(64?관촌)씨는 관촌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장사준비에 여념이 없다.열 일곱 살에 전주로 돈을 벌로 나갔다가 2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유씨는 자동차도 없던 시절 자전거에 잡화를 싫고 장사를 시작해 장꾼이 된지 올해로 43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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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현호씨 |
ⓒ 주식회사 임실뉴스 |
처음엔 관촌장, 임실장, 운암장, 신평장까지 보면서 매우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관촌에 자그마한 가게를 장만해 열어 조금은 예전보다 편안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 그의 가게는 한마디로 '만물상' 잠수함만 빼고 다있다. 옛날 옛적에나 볼 수 있었던 골동품 부터 잡화, 수면양말, 양말, 속옷, 머플러, 모자, 화장품, 악세사리, 가방 등 이루 셀 수 없는 정도로 다양하게 손님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씨의 매력은 무엇보다 '덤'이다. 오래된 단골 고객들에겐 물건 하나사면 덤으로 하나를 더 줄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 또한 조용한 성격이 손님들을 편하게 해준다. 그의 장사에 대한 고집은 지난 43년 동안 품목을 바꾸지 않고 잡화만 취급해 이곳 관촌 장터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주민들이 뽑는 소중한 가게로 자리하고 있는 것. 요즘엔 대형할인점이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 시골장을 찾지 않지만 노인들은 옛 추억을 되새기며 무엇이든 필요하면 유씨의 가게를 찾는다. 단골손님만 해도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현재의 부인 김미숙(64)을 만나게 된 인연은 지난 열혈 청년인 27세가 되던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2남 1녀를 둔 이들 부부는 결혼 후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부인과 함께 자녀들을 등에 짊어지고 장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지난날을 되새겼다.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던 부인은 지난 15년 전 화장품 가게를 개업했다. 가게가 오픈한 뒤로는 부인이 항상 자리하고 있고 유씨는 현재 관촌장과 임실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한 부인이 지키고 있는 화장품 가게는 시골에 사는 할머니들의 단골 쉼터다. 할머니들이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추운겨울 터미널에서 떨고 있지 않아도 된다. 물건 사다가 돈이 부족하면 다음에 준다고 말만 건네면 해결이 된다. 이와 같이 든든한 이웃으로 아는 시골 할머니들은 장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김보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