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종합 사회

"내 음식 안팔아줘도 행복" 김보숙의 아름다운 이야기6

김성수 기자 입력 2010.01.15 15:44 수정 2010.01.19 10:38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수제비 만드는 김복순씨

신평을 지나 신덕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 허름한 비닐하우스가 하나 있다.

겉보기엔 주인 잃은 폐 하우스처럼 보이지만 그곳엔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수제비를 만드는 김복순(70 신덕면 율치)씨의 소박한 생활터전이다.

10년 전만 해도 간판이래야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뭘 파는 곳인지 가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허름한 가게였지만 지금은 관촌 아들이 만들어준 근사한 간판에 “영업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제법 가게 모양새가 갖추어져 있다.

ⓒ 주식회사 임실뉴스
그곳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단연 수제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메뉴판에 있지도 않는 장작불 삼겹살의 맛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추운겨울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난로에 삽겹살을 구워먹으면 값비싼 요리가 필요 없다는걸...그 맛을 보기위해서는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지 물어 보아야한다. 메뉴에 없다보니 고기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끔은 고기와 함께 먹을 재료를 챙겨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노릇 노릇 잘 구워서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 하고 후식은 꼭 수제비를 먹어야 행복감을 더 할 수 있다.

어쩌다 운이 좋은 날엔 그곳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사람들은 만난다면 정말 맛있는 고기 한점 얻어 먹을 수도 있다. 처음 그곳을 찾은 사람이라도 그 안에서 모두가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정이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요즘 음식점에 다른 음식을 싸가지고 들어가면 주인 눈치를 봐야한다. 하지만 그곳에선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되려 고기를 잘 구워먹을 수 있도록 짬짬이 장작불을 살펴주시는 어머니 같은 사장님이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배불러서 수제비를 안 먹으면 어쩌나 하는 고민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식 같은 내 친구 같은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며 따뜻한 수제비 국물에 몸을 녹일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말한다.수제비가 얼마나 맛있까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 맛을 본 사람들은 중독성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다. 밀가루야 다 똑같은 밀가루지만 수제비의 생명은 손 반죽과 얇게 띠어 넣는 손맛이 강하게 작용을 한다. 거기에 저렴한 가격과 바싹 마른 참나무 장작 난로가 그곳에 운치를 더해준다.

김복순씨 할아버지는 2년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금도 병원에 계신다고 한다. 할아버지 병간호에 장사에 하루도 쉴 날이 없지만 이렇게라도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신다. 다행히 자식들이 별 탈없이 잘 살아주는게 행복이라 하시며 특히 관촌 며느리는 “더 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잘한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김복순씨가 밤재에 자리를 잡은지 벌써 십년이 넘어 자식들이 고생 그만하시라 해도 아직은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나름대로 그곳에서 정이 들어버렸고 멀리서도 찾아주는 단골손님들을 생각하며 “내가 수제비 간을 못 맞출 때 까지는 계속 일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넉넉한 웃음 웃으신다.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도 많고 먹을 것도 많지만 가끔 그곳의 수제비가 생각나곤 한다. 특히 사장님의 후한인심과 정은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요즘처럼 인심이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내 음식 안 팔아주어도 싫은 내색 안하시고 욕심 없이 사시는 사장님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그 자리에 계셨으면 좋겠다. /김보숙 기자


저작권자 임순남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