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치즈농협(조합장 엄재열)이 파행운영으로 치달으며 ‘국내 최초’ 임실 치즈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조합장 선출 잡음이 조합원 간 감정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치즈농협의 설립근원인 조합원 자격요건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지리산 낙농조합이나 동진강 낙농조합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대두돼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현행 조합법 6장 167조 ‘설립 인허가와 조합원 자격’ 조항을 보면 치즈농협의 설립 요건은 조합원 200인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합원은 착유두 5두 이상을 사육하는 사업장이 있는 낙농가로서 착유를 하겠다는 의사 표시와 함께 가입 당시 착유 유무를 확인 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임실치즈농협의 경우 현 230여 명의 조합원 가운데 자격요건을 충족시키는 조합원은 100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치즈밸리 조성과 관련 치즈농협 리모델링 사업 입찰에 참가한 세 업체 가운데 탈락한 B업체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법정분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조합장과 관련된 농협중앙회 개선명령 시한이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지만 치즈농협측은 이사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22일 부터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엔 임실군이 지난해 자체 개발한 ‘임실N치즈피자’가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와 제주치즈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임실치즈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은 임실N치즈피자의 브랜드 사용권을 지난해 K모씨에게 위임 했지만 이 또한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등 흡사 복마전을 연상케 하고 있다.
현재 임실은 임실치즈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피자 가맹점만이 ‘임실N치즈피자’와 다르게 임실에서 생산된 치즈로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와 같이 임실치즈와 관련해 온갖 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임실치즈 지정환 신부의 피나는 노력과 임실 낙농가의 땀이 점차 퇴색 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실 치즈농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임실치즈의 원유 처리량은 1일 60여톤에 달하지만 원유가 모자라 임실이 아닌 외부에서 조달하는 원유량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치즈시장은 2000년까지만 해도 1천690억 원 규모로 분유 4천억 원 시장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지난 2005년 2900억 원으로 분유와 같은 규모로 확대 됐다.
이후 2006년부터는 시장규모가 3050억 원으로 분유시장을 넘어섰다는 통계수치가 나온 가운데 해마다 급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치즈유통 관계자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 시장규모는 1조원 대를 넘어서 효과적인 낙농행정에 따라 농가소득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 대표적인 유가공업체들의 경우를 보면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이 분유전쟁에서 치즈전쟁으로 주력 업종을 변경하는 과정에 있는 가운데 서울우유와 해태유업도 치즈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등 치열한 ‘치즈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치즈의 메카이자 원조인 임실이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해야 할 시점에서 중추조직인 임실치즈농협의 파행으로 애써 가꾼 소득기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