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용병들은 아프리카 튀니지 등에서 용맹성을 드러냈다. 우리 나라 프로농구와 프로야구에서도 외국의 우수한 선수들이 ‘용병’이라는 이름으로 발군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용병의 역할에 따라 팀은 울고 웃는다. 용병의 특징은 능력을 차치하더라도 경제적 후각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정치판에도 이런 용병류(傭兵類)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실군민들이 가장 경계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유권자들 사이에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왜 그럴까? 임실군은 지난 2000년 이형로 전 군수가 중도 하차한 데 이어 2003년 이철규 전 군수, 2007년 김진억 군수가 연이어 구속되는 등 단체장의 비리 연루로 공황 상태에 놓인 지 10년째 접어들고 있다. 3명의 단체장이 줄줄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군민들이 용병이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정치권은 ‘쩐의 전쟁’으로 비하해온 악순환의 고리를 임실 선거판에서 찾고 있다. 임실군은 1만3천 세대, 인구 3만2천 명에 불과한 데다 지방선거 입후보자 대부분이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어 유권자들의 친밀도가 엇비슷한 상황이다. 자연히 선거 때마다 박빙의 승부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으며, 당락의 희비는 불과 몇천 표 내외로 엇갈린다. 서로 잘 아는 지역사회의 경쟁이 격화하며 불미스러운 씨앗이 잉태해 단체장 구속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왔다는 정가의 분석이다.
그래서 중앙과 지방 정치권, 유권자들이 차기 지방선거에서는 임실 선거판의 개혁을 주창한다. 실제 최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측근들은 “임실군수가 또다시 구속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가장 개혁적이고 청렴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는 “3명의 군수가 구속되면서 군민들의 상처가 깊다”며 “재발 방지에 노력할 것”이라고 공천혁명 가능성을 피력했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돈과 조직이 동원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차기 임실군수 선거는 정세균 대표의 의중과 무소속 바람의 강도가 선거판 변수로 지목된다. 또 역대 임실군수가 60대이었다는 점을 들어 세대교체 바람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무진장·임실 선거구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 공천이 공식적인 마지막 정치적 행사다. 따라서 정 대표는 임실군수 후보 공천과 본선에서 자신의 정치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전력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에는 정치권 출신의 한인수 도의회 부의장과 김진명 도의원, 강완묵 민주당 전북도당 직능위원장, 언론계 출신의 김 혁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과 이흥래 전주MBC 전 보도국장, 행정가 출신의 이종태 전 부군수, 박영은 성해자원 대표 등이다. 정치권은 이와 관련, 향후 민주당 공천과, 그 과정에 반발할 무소속 후보 간 접전을 예상하고 있다. 이철규 전 군수와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김진억 군수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선례도 있다.
민주당 후보 공천은 한인수 도의회 부의장과 김진명 도의원, 김 혁 민주당 부대변인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의장은 현직 도의원인데다 온건한 성품을 갖고 있어 찢겨진 임실 정치권을 모으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대변인은 만 46세의 젊은 후보로 참신성과 개혁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기자와 청와대 행정관, 민주당 부대변인을 지낸 경험이 있으나 인지도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관촌 출신의 이흥래 전 보도국장은 타천으로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김진명 도의원은 김 부대변인과 함께 40대로 임실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김 도의원은 도의회 활동을 기반삼아 군수 출마에 나서고 있으며, 민주당 후보로 두번이나 나섰던 강완묵씨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강완묵씨의 경우 2번이나 낙선해 임실지역의 동정론이 당락의 관건이다. 행정가 출신의 경우 임실초등학교 총동창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종태 전 부군수는 30여 년 공직생활의 행정경험과 인맥 형성이 강점이며, 임실읍 출신의 박영은 대표는 군 발전을 앞당길 일꾼론으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지역 정가는 보고 있다.
일각에선 3파전이니 4각 구도라느니, 파워와 감성의 싸움이라느니 여러 분석과 예단이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 선거까지는 여러 변수가 얽히고 설켜있고 이들이 향후 어떻게 작동될지 예측하기도 힘들어 판세를 뜯어보긴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더 이상 단체장이 비리에 연루돼 군의 명예를 실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임실군민들의 여망이다. 이런 민심이 내년 지방선거에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주목된다.[전북도민일보 7월 28일 박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