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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민주당 비례대표 추천, 경선을 가장한 ‘기만의 구조’

김승민 기자 입력 2026.05.06 13:26 수정 2026.05.06 13:27

-1인 1표 당원 주권을 내세운 정당에서 ‘대의원식 투표’ 부활은 명백한 퇴행
-위원장은 경선개입 의혹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고, 당은 정치적·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진출처 - 임순남 뉴스

임순남 뉴스 = [데스크 칼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희승 의원이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실·남원·순창·장수 지역의 지방의회 비례대표 선출 과정이 심각한 논란에 휩싸였다. 단순한 내부 갈등이 아니다. 당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사안은 절대 가볍지 않다.

논란의 핵심은 명확하다. 박 의원의 선임비서관과 직전까지 지역 보좌 임무를 수행했던 당직자가 상무위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유도하는 선거운동을 했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의견 개진’의 수준을 넘어, 조직적 개입으로 평가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경선방식 그 자체에 있다. 현재 민주당 비례대표 경선은 ‘권리당원 50% + 상무위원 50%’의 합산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형식만 경선일 뿐, 실질적으로는 상무위원이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에 가깝다.

가령 군 단위에서 권리당원 5천 명, 상무위원 10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단순 수치상으로도 상무위원 1표는 권리당원 수백 표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여기에 권리당원 투표율은 낮고, 상무위원 투표율은 높은 현실을 반영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결과적으로 상무위원 한 표는 권리당원 수백 표를 넘어서는 정치적 가중치를 갖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무위원 구성 자체가 사실상 지역위원장의 영향권 아래 있다는 점이다. 이 구조에서는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경선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경선개입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왜곡은 단순히 당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특정 군의 비례대표를 다른 시군 인사가 좌우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지방자치의 핵심 원리인 지역 대표성이 훼손된다. 더 나아가, 유권자가 정당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를 결정한다는 기본 원리마저 유명무실해진다. 이는 결국 정당이 유권자의 선택권을 선점하는 결과로 귀결된다.

법적 측면에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당내 경선 역시 공직선거 과정의 일부로서 일정한 법적 규율을 받는다. 특히 중립적 지위에서 선거를 관리해야 할 당직자가 특정 후보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이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한 개입은 그 자체로 엄중한 책임을 수반한다.

또한, 대의원 제도를 폐지하고 ‘1인 1표 당원 주권’을 선언한 정당이, 비례대표 경선에서 사실상의 대의원 구조를 부활시킨 것은 자기모순에 가깝다. 권리당원의 표를 형식적으로만 반영하고 실질적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식은, 당원 주권을 선언적 구호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당헌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 경선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경선이며, 무엇을 위한 투표인가. 형식은 민주주의를 취하고, 내용은 통제된 결과를 지향한다면, 그것은 경선이 아니라 설계된 결론에 불과하다.

박희승 위원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회피가 아닌 명확한 책임 있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울러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윤준병 도당위원장, 그리고 공천관리위원회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함께 필요한 정치적·법적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구조를 바로잡는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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